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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눈부신 언어로 그려낸 죽음의 사유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특별판 제3권 『내간체를 얻다』. 익숙한 시의 둘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경계를 구축한 송재학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송재학 시인은 자신만의 언어로 ‘죽음’의 사유를 감상적인 끼임 없이 건조한 한편 잘 마른 빨래처럼 진중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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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눈부신 언어로 그려낸 죽음의 사유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특별판 제3권 『내간체를 얻다』. 익숙한 시의 둘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경계를 구축한 송재학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송재학 시인은 자신만의 언어로 ‘죽음’의 사유를 감상적인 끼임 없이 건조한 한편 잘 마른 빨래처럼 진중하며 가볍게 펼쳐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앞선 시편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히며, 죽음이라는 주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인만의 특징인 ‘애매성’을 품고 있으며, 그 애매성의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명쾌하게 작품을 풀어낸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문학동네시인선」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파격적으로 달리하여,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1차분으로 선정된 송재학 시인의 시집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죽음 뒤편에 가려진 삶까지 탐색하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모래장
사막의 모래 파도는 연필 스케치 풍이다 모래 파도는 자주 정지하여 제 흐느낌의 상을 바라본다 모래 파도는 빗살무늬 종종 걸음으로 죽은 낙타를 매장한다 모래장을 견디지 못하여 모래가 토해낸 주검은 모래 파도와 함께 떠다닌다 모래 파도는 음악은 아니지만 한 옥타브의 음역 전체를 빌려 사막의 목관을 채운다 바람은 귀가 없고 바람 소리 또한 귀 없이 들어야 한다 어떤 바람은 더 많은 바람이 필요하다 모래가 건조시키는 포르말린 뼈들은 작은 노처럼 길고 넓적하다 그 뼈들은 모래 속에서도 반음 높이 노를 저어갔다 뼈들이 닿으려는 곳은 모래나 사람이 무릎으로 닿으려는 곳이다 고요조차 움직이지 못하면 뼈와 노는 증발한다 물기 없는 뼈들은 기화되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너무 가벼워 사라지는 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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