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시작하는 글

1 느린 마음
아름다운 주름 생각
자라와 고니
시원하고 푸른 한 바가지 우물물 같은 휴식
여름의 근면
무언가를 새롭게 기다리는 손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
물고기가 달을 읽는 소리를 듣다
들밥
강아지 대신 거북
따뜻한 마중
움직이고 흘러가는 수레와 배와 물고기
내 아버지의 천만당부
오늘 종일 하늘이 하는 이 무일푼의 일
진흙덩어리 속 진흙게
깊은 강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2 느린 열애
햇배 파는 집
봄비처럼 통통한 호기심
밥상을 차리는 일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
새벽에 홀로 앉아
따뜻한 화로 같은 고향
쓰다듬는 것이 열애입니다
이별에게
한난을 바라보는 시간
이제 오느냐
바닷가 해변과 모래집과 물울타리와
초동일 아침
설날 생각
매병과 연못
마지막 말씀

3 느린 닿음
자연을 밥벌이시킨 타샤 튜너
물새의 깃털보다 부드러운 촉감
차츰, 조용히, 차근차근하게 밝은 쪽으로
젖니 난 아가를 안고
강보처럼 감싸던 달빛
비 오시는 모양을 바라보며
그쵸, 라는 별명의 여덟 살
빛바랜 사진
들꽃과 하얀 커피 잔과 종이 카네이션
청보리밭에 앉아
누나는 나를 업고 나는 별을 업고
삼 년 만에 돌아온 제비
노모
굼뜸과 일곱 살
상여가 지나가는 오전

4 느린 걸음
신발
아, 24일
걸음의 속도
새해 새날 아침에
저 들찔레처럼
대중목욕탕집 가족처럼
당일과 공일
어머니와 시골절
햇빛 텃밭
사랑의 고백
해녀와 함께 바닷가로
가을 편지
아내라는 여인
더듬대고 어슬렁거리고 깡마르게
나의 작은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