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이언진의 시집 [호동거실]평설
호동에서 꿈꾼 조선의 전복

『저항과 아만』은 연암 박지원의 글 「우상전」을 통해서 존재가 알려진 천재 시인 이언진과 그의 작품 ‘호동거실’을 다룬 책이다. 18세기 조선의 문단 상황에서 이언진의 존재는 파격이며, 존재만으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책은 전 작품을 완역한 데다 전공학자의 치밀한 연구가 더해진 [호동거실]의 평설로, [호동거실] 전체의 특징과 가치를 논하고 아울러 연암 박지원과 대별되는 새로운 유형의 이단아 이언진을 철저히 분석한다.

이언진은 저항시인이다. 이언진은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그의 시에 담아냈다. [호동거실]은 바로 이 저항이 빚어낸 아름다운 보석이다. 이언진은 저항함으로써 당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언진은 이 당당함 때문에 결국 요절할 수밖에 없었다. 신분적 제약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펼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그의 육체를 피폐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조선의 근간을 이루는 주자학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이탁오를 대놓고 찬양했다. 또한 오로지 유교만이 최선은 아니며, 유불도 삼교 회통을 주장하기도 했다. 즉, 중인과 평민들의 삶에서 ‘도’를 발견하려고 했으며, 이는 기성체제에 대한 저항이었고 균열의 시작이었다. 이 균열과 파열은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 억압과 수탈이 없는 세상을 향한 기나긴 도정의 값진 출발점이다. 이 점에서 이언진의 저항은 헛되지 않고 소중하다.

☞ 아만이란?
뜻: 사만(四慢)의 하나. 스스로를 높여서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다.
이언진에게 있어 저항과 아만은 분리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 그의 저항은 아만에서 나오며, 아만은 저항의 내적, 심리적 원천이다. 아만은 저항을 안받침하고, 저항은 아만을 정당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