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잠들지 못하는 세계, 어둠 속에 가려진 불면의 역사를 만나다!
욕망과 무의식이 지배하는 불면의 문화사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불면의 다양한 면모를 분석한 역사서 『잠 못 이루는 밤』. 이 책은 그동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었던 불면이 사회,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어떻게 스며들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불면에 대한 세계관의 변화는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보편화 되었을까.

현대의 불면은 개인의 불평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수면 전문가들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불면의 조건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잠을 줄이고 일하는 것이 근면으로 여겨지고, 경제 불황과 고용침체로 인한 불안감, 혹은 더 오랜 시간을 일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꼽는다. 그렇다면 잠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진 시대적 상황에서 불면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고대로부터 불면은 사람들을 괴롭혀왔던 문제였다. 어둠에 대한 불안, 종교적인 이유, 쾌락의 추구,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초조함 등 그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저자는 불면이 발생하는 원인과 인간이 불면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밝히고자 문학작품과 예술작품, 문헌, 편지와 일기 같은 일상적인 자료 등을 풍부하게 인용한다. 이를 통해 불면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역사를 움직이는 사회, 문화, 경제적 현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고립된 것과 같은 고통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문화적 틀 안에서 수많은 이들이 경험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광범위한 연구와 지적인 탐구를 통해 불면에 시달렸던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그 안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