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존재와 운명을 이야기하는 민경현의 소설들!

''화승'' 연작으로 독보적인 소설 세계를 구축해온 민경현의 세 번째 소설집『이상한 만곡을 걸어간 사내의 이야기』. 2002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서로의 뒤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존재''와 ''운명''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하는 벽'' 연작이 돋보인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말하는 벽]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붉은 소묘』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이상한 만곡을 걸어간 사내의 이야기]와 [무명씨를 위한 밤인사]로 이어지는 이 연작은, 기명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뒤쫓는 이야기로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우리 안의 낯선 자아를 발견하게 한다. 철학적인 문답과 독설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그밖에도 ''화승'' 연작으로서 주술적 탱화의 채색에 존재론적 수묵화의 흑백을 대결시키는 [복화술 듣는 저녁]과 [그대의 남루한 평화를 위하여], 방랑자들의 이야기를 사색적이고도 서정적으로 그려낸 [불의 꽃 타는 길]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고도 열렬한 물음은 다시 ''소설 쓰기''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