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사랑은 환상이었다.

2005년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으로 제29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윤순례의 첫 번째 소설집. 1996년 발표된 등단작 ''여덟 색깔 무지개''를 비롯해, [상사화], [붉은 도마뱁] 등 총 여섯 편의 중단편소설이 수록되었다. 씌어진 시기도 등장인물도 작품 배경도 모두 다르지만, 연작 소설을 읽는 듯한 공통점을 지닌 이 소설집은 사랑은 환상임을 이미 깨달아버린 사람들이 추억만 남은 생을 부여잡고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자 베트남에 가서 신부를 찾는 남자 [붉은 도마뱀], 바람난 아내 때문에 다친 마음을 치유하러 온 남자와 반신불구가 된 남편을 10년간이나 뒷바라지하더 여자 [상사화],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편 대신 중풍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여자 [눈의 침묵], 알코올중독자 애인을 둔 여자 [여덟 색깔 무지개] 등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 연민이나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생이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낳은 부채를 갚아 가며 사는 것'' 이라며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인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이러한 삶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솔하게 담아낸다. [양장제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