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내면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개성적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권여선의 두 번째 소설집. 2006년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던 [가을이 오면]과 2007 이상문학상 우수작인 [약콩이 끓는 동안]을 비롯한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세상 속에서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다. 사회 속에서 추구하도록 강요된 특별한 욕망을 지니지도 않은 이들은 소외되고 고립되어 있다. 대개 이들은 사회적으로도 중심에서 벗어나 외면당한 여성들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를 소설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스물일곱의 늦깎이 대학생 ''로라''나 서른 문턱을 넘은 나이에 하는 일 없이 신도시 오피스텔에 이사와서 지내는 여자, 반신불수 노교수의 집으로 연락조교 노릇을 하러 다니는 대학원생 ''윤양'' 등의 등장인물들은 기본적으로 냉소적으로 세상에 대응한다. 나아가 세상에 대해 냉소하는 자기 자신까지를 가차없이 반성하고 해부하는 서늘함이 서려 있어, 카타르시스와 냉정한 자기반성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