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 미나야, 너도 알잖아?

2005년 단편소설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한 김사과의 첫번째 장편소설. 오늘날 십대들이 내뱉는 수많은 말과 말 사이 충동적인 행동들로 가득한 이 장편은 어느 작가보다 그 세대에 밀착되어 있는 젊은 작가의 작품이자, 또한 한국문단에서 지금껏 만나본 적 없는 충격적이고 생생한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소설에는 3명의 십대 주인공이 등장한다. 미나와 미나의 오빠인 민호, 그리고 미나의 친구 수정이 바로 그들이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의 자살소식을 듣고 충격에 사로잡힌 미나를 이용하지 못한 수정은 결국 미나를 죽여서라도 그녀를 이해하고자 한다. 상대를 어떻게 할 수 없는 패배감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를 갈구하는 답답함 때문에 수정은 살인을 저지르고,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영원히 박제해 소유하고자 한 것이다.

작품은 무심한듯 가벼워보이는, 맥락없고 호흡이 빠른 대화가 주를 이루며 생동감있게 펼쳐진다. 십대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은 대화는 세대적 성격을 절묘하게 담아낸다. 학창시절 학생운동과 여성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유럽산 가방을 모으는 취미로 허영심을 채우는 미나어머니나 프랑스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P시의 사교육시장을 살찌우며 과외를 하는 논술선생, 복권에 당첨되어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한심한 지식인 미나아버지 등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또한 예리하고 당돌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