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가난하지만, 어디에나 있다! 리얼리스트 최규석이 그려낸 대한민국 가족 역경史!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로 단숨에 한국 만화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잡은 만화가 최규석의 최신작.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가족을 직접 취재하여 쓰고 그린 자전적 이야기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60년을 소리 없이 그러나 건강하게 통과해온 ''가난한'' 보통사람들의 삶을 역사에 비추어 담담하게 추적하는 우리 근현대사에 관한 사려 깊은 기록이다.

가족을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어렸을 적부터 공장에서 일했던 누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공하려 애쓰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던 큰형, 5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지어왔던 엄마, 날마다 술에 취해 가족에게 주사를 부렸던 아버지. 이들이 모여 이룬 가족은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없을 것 같지만 아직도, 여전히 다수를 이루는 가족들의 전형이다. 이야기는 과장되거나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아 오히려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구석진 시간대를 비춘다. 사실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림체와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품 전체를 통과하는 세밀한 손길이 우리 역사가 그동안 관심을 기울여오지 못했던 볼품없는 엑스트라에게도 마음껏 발언할 기회를 주고 있다. 전체컬러.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작가는 제목인 ''대한민국 원주민''이 "갑자기, 그리고 너무 늦게 세상의 흐름에 쉽쓸려 미처 제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사람들로, 대한민국 60년 역사와 삶의 궤를 같이하나 그 존재감은 극히 미미해서 역사책에 ''민중''이라는 이름으로도 기록되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이들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근대적 의미의 세련된 시민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도,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에 국민의 자격으로 참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 작가는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이들을 ''묻어두고 그냥 가기에 서러워'' 새로이 ''대한민국 원주민''이라 호명하며 불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