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한 윤성희 소설집. 2007년 이수문학상 수상작인 [하다 만 말]을 비롯해 [재채기], [무릎] 등 단편 11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 작품들은 대단한 사건이나 줄거리 대신 왁자한 주인공들의 사연과 주고받는 농담 같은 진실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릎]의 주인공은 세상에서 쓸모없는 물건만 모아놓은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자기 대신 죽은 사내의 가족을 찾아 무전여행을 떠나고, 무전여행길에 어느 집의 정원사가 된다. 그가 할일은 정원에 아무것도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구멍]의 아버지는 매주 사는 로또복권을 인생에서 만난 행운의 숫자로 채워넣고, [하다 만 말]에서는 가진 돈을 긁어모아 창업을 궁리하는 가족이 전국의 맛집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절박한 상황에 몰렸음에도 한순간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희극적인 대사를 주고받는다. 작가는 짧고 빠르게 진행되는 문장의 속도감으로, 순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습을 묘사해 희극과 비극의 순간과 감정을 뒤섞는다. 농담을 가장한 고독한 진실의 세계를 통해 가난하고 비참하고 고립된 사람들이 서로를 부르고 만나고 이해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