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일어난 일은 무엇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무엇인가?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온 작가 온다 리쿠의 판타스틱 미스터리『여름의 마지막 장미』. 2003년 5월부터 2004년 3월까지 총 6회에 걸쳐 ''''별책 문예춘추''''에 연재되었던 장편소설이다. 국립공원의 산 정상에 있는 영국식의 고풍스럽고 호화로운 호텔. 매년 늦가을 이곳에서는 재벌가의 세 자매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린다. 만찬 석상에서 세 자매는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허구인지 사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이야기의 끔찍함과 잔인함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불길한 기운이 호텔을 뒤덮은 가운데, 어느 날 아침 거대한 괘종시계가 넘어져 세 자매 중 둘째가 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 북소믈리에 한마디!
이 소설에서는 하나의 스토리가 각기 다른 화자에 의해 되풀이되면서 그 내용이 조금씩 변질되어 간다. 앞에서 일어난 사건이 뒤에서 다른 화자가 말할 때에는 이미 지워지고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은 무엇이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외부로부터 고립된 공간으로 본격 미스터리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독특한 서술 방식으로 충격과 반전을 선사한다. 또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가의 드라마틱하고 광기 어린, 그러면서도 고딕풍의 섬뜩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문체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