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

우리 시대의 개성적인 이야기꾼 성석제의 중편소설 『호랑이를 봤다』. 총 마흔한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며,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성을 지닌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로서도 완결성을 갖는다. 호랑이는 딱 한 번 등장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꿰뚫는 핵심 상징이다. 소설의 마지막,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려 길을 떠나던 나그네는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나 잔뜩 겁에 질린다. 나그네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호탕하게 외치지만, 이 의연한 ''척''은 호랑이의 노호 한 방에 허물어진다. 스스로의 존재를 초월하는 무엇을 꿈꾸지만 어쩔 수 없이 보통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인간학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