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한 번도 ‘꽃’으로 피어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잎’으로 잘 살고 있다!

우리 시대의 대표 지성 이윤기 유고 산문집 『위대한 침묵』. 깊은 인문학적 지식과 풍부한 유머감각으로 사랑받아온 이윤기의 산문 37편과 번역가인 딸 이다희가 아버지를 추모하며 쓴 글을 더했다.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 신화 등을 넘나드는 풍부한 인문 교양과 우리네의 평범한 일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 특히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이윤기의 혜안과 주옥같은 명문장이 빛난다.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자연에 대한 단상과 저자의 일상과 지인들과의 추억, 신화와 고전, 문화에 관한 이야기와 우리 사회에 대한 비평,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고등학교는 두세 달 만에 때려치웠고, 검정고시를 치른 후 신학대학에 입학했지만 그 역시 얼마 안 돼 그만두고, 월남전에 참전했고 제대하고 공사판을 전전했던 이윤기. 파란만장했던 청춘을 살았던 그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150여 권에 이르는 번역서를 내놓은 가장 신뢰 받는 번역가였다. 하지만 정작 이윤기 자신은 한 번도 꽃이 되어보지 못한 잎이라고 표현한다. 신춘문예도 당선이 아니라 가작으로, 대학도 졸업이 아니라 중퇴를, 교수가 아닌 객원 교수를, 박사가 아닌 명예박사를 그는 자신이 ‘잎’으로만 살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으니 젊은이들이여 힘을 내라고 말하며, 우리 삶의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 담담하게 사색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