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낱말이나 이미지를 먹고 자라나는 언어 생명체!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특별판 제1권 『아메바』. 시인이 펴낸 열두 권의 시집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이미 소개되었던 작품을 자신만의 실험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여 제시했다.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최승호 시인은 그동안 쓴 자신의 시들을 ‘문체연습’을 통해 재해석해 변형된 이미지로 새롭게 탄생시킨다. 인용한 작품의 제목과 수록 시집을 따로 정리하여 덧붙였다. 상상력을 넘어선 직관으로 자연의 고요함을 그려내고, 새로운 생명과 죽음의 이미지를 독특한 시각으로 작품 속에 녹여냈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문학동네시인선」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포부로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쳐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특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을 파격적으로 달리하여,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1차분으로 선정된 최승호 시인은 열린 감각의 소유자로 이번 시리즈의 취지와 맥을 같이하는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01 그 오징어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01-1

그 오징어 부부는
싸울 때
서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

01-2

그 오징어 부부는
다리가 뒤엉킨 채
징하고 징그러운 세월을 살아왔다

01-3

그 오징어는 죽을 때
혼자
다리로 얼굴을 감싸고 울지 모른다

01-4

눈이 축구공만한 초대왕오징어는 길이 9미터의 허무를 끌고 캄캄한 심해의 고요 속을 돌아다닌다, 라고 눈 오는 밤 백지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