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12년 만에 펼쳐낸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의 시집

박노해 시인의 12년만의 신작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박노해 시인이 10여 년의 긴 침묵의 시간을 깨고 육필로 새겨온 5천여 편의 시중 300여 편을 소개한다. 세계화 모순의 현장에 뛰어들어 그 슬픔을 직접 발로 체험한 박노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정직한 절망, 분쟁의 현장을 바라본 객관적인 상처와 깊은 슬픔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이번 시집은 넓은 시공간을 배경으로 세계 곳곳을 직접 돌며 시인이 체험하고 바라본 세계의 민초들의 삶을 풀어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전한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1980년대 박노해 시인의 시는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하나의 지침이 되어 ‘시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노동자들의 역사적 주체로 되살렸다. 그리고 지금 박노해 시인은 국경을 넘어 인류의 고통과 슬픔을 끌어안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잠든 선함과 용기를 일깨우고 있다. 이 시집에는 삶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울림이 담긴 시들과 더불어 인류의 물음과 삶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들을 하나로 엮어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길이 끝나면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