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스스로를 노비라고 주장한 어느 노파의 법정 투쟁기!

선조 19년인 1586년, 전라도 나주 관아에서 노비소송이 벌어진다. 보통은 자신이 노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여든 살 노파 다물사리는 오히려 자신이 노비라고 주장한다.『나는 노비로소이다』는 이러한 법정 투쟁기를 통해 조선시대의 사법풍경을 살펴보는 책이다. 저자는 당시 송관이었던 김성일의 종택에 묻혀 있던 고문서를 밝혀내어, 소송의 전모에 대한 논점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원고와 피고가 구술 또는 문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던 조선시대의 송사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조선시대 소송의 운영과 실제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오늘날의 재판과정과 비교하고 있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원고 이지도는 다물사리가 양인이라 주장하고, 피고 다물사리는 자신이 노비라고 반박한다. 이지도는 다물사리의 남편이 아버지 소유 노비의 아들이라는 점을 들어 그 자손들도 자기 집안의 노비라고 주장했지만, 자기 후손들을 혹독한 사노비 대신 관노비로 만들 생각이었던 다물사리는 자신이 성균관 소속 관비의 딸이기 때문에 자신 또한 관비라고 주장한 것이다.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송관 김성일은 증거조사에 들어가고 마지막 장에서 판결을 내린다. 한편 2장에서는 노비제 고수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양반과 그들의 모순에 찬 면모를 보여주는 또다른 노비소송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