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자연의 조화와 삶의 깨닮음을 59편의 시편에 담아내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석주의 열 네번째 시집. 30년 넘게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북 칼럼니스트, 대학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시인이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보고 듣고 느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59편의 시편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청산이나 새순, 젖니 등으로 생명의 싱싱한 기운을 노래하기도 하고, 파리, 모기, 벼룩, 얼룩, 뺄래, 비둘기 등 우리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 삶을 예찬하기도 한다. 표제작인 ''몽해항로(죽음을 향해 가는 험난한 길)''에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기 보다, 기존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탐색함으로써 확장된 삶의 지평을 보여주고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몽해항로 1
-악공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의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이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일국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빨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변경들은 부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