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20세기 이념으로 중무장한 신 종교전쟁, 책의 학살!

인간의 유토피아를 향한 상상력인 이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세기는 그 이념들의 전쟁 때문에 사람과 책, 도서관들이 대규모로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의 세기가 되었다. 극단적인 정권들이 자기네들의 신념(이념)과 다른, 또는 그 신념을 위한 유토피아 건설에 방해가 되는 사상을 없애려 했는데, 그 방법이 바로 책의 학살이었던 것이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에는 바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치가 유럽에서, 세르비아가 보스니아에서,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마오주의자들이 중국 문화혁명기에 그리고 중국공산당들이 티베트에서 책을 학살한 사건들을 통해 저자는 권위주의적인 정부나 제도, 체제에 의해 일어나는 ''책의 학살'' 사건이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말살)와 에스노사이드(ethnocide, 문화말살)를 일으키는 동일한 힘과 메커니즘에 의해 벌어진다는 점을 분석해낸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책의 파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연구하며 관련 책들을 펴내고 있는 레베카 크누스의 대표작. 20세기 대표적인 다섯 가지 대규모 책과 도서관 파괴 사건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각 사건마다 그것을 둘러싼 역사학ㆍ정치학ㆍ심리학ㆍ윤리학ㆍ통신학ㆍ문헌정보학ㆍ국제관계학 등 다양한 분야들을 서로 교차 비교하며 자료를 해석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민족주의, 국가주의, 공산주의 등의 이념에 초점을 맞추어, 인류의 행복과 이상을 지향하기 위해 인간의 지성이 만들어낸 이념들이 도리어 어떻게 우리에게 가장 잔인한 결말을 맺게 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