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제2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여태천 시집 『스윙』. 여태천 시인은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8년 제2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이번 시집에서 ''야구''를 주제로 인생의 희로애락과 심도 있는 철학을 탁월하게 빚어냈다.

여태천 시인은 삶은 야구라고 말한다. 삶이 타율이나 방어율로 설명되는 야구 게임과 같다는 말은 아니다. 시집에서 말하는 야구는 타자에게도 투수에게도 속해 있지 않다. 그는 승리하는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끝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경기를 지속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다. [양장본]

☞ 이 책에 담긴 시 한편

[스윙]

커피 물이 끓는 동안에 홈런은 나온다
그는 왼발을 크게 내디디며 배트를 휘둘렀다.
좌익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마음.
제기랄, 뭐하자는 거야.
마음을 읽힌 자들이 이 말을 즐겨 쓴다고
이유 없이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의 고집 같은,

커피 물이 다시 끓는 동안의 시간.
식탁 위에 놓인 찻잔을 잠시 잊고 돌아오는 시간.
오후 2시 26분 37초,
몸이고 마음이고 새까맣다.
20년 넘게 믿어 온 기정사실.
내 오후의 어디쯤에는 불이 났고 구멍이 뚫렸던 것이다.
방금 전 먹었던 너그러운 마음을
다시 붙들어 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7초.
애가 타고 꿈은 그렇게 식는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