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진솔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온 중견작가 공선옥이 5년 만에 펴낸 신작소설집.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표제작 [명랑한 밤길] 외에도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명랑한 밤길]에는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21살 간호조무사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꿈같은 연애를 잠깐이나마 경험하지만 남자는 끝내 그녀에게 등을 돌린다. [도넛과 토마토]에서는 이혼하고 야구르트를 배달하며 생계를 꾸리던 문희의 아픔이 배어나온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상처입은 존재들이지만, 자신들의 아픔을 드러내놓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찾는다. 작가는 그간 공선옥 작품을 수식하던 ''모성''의 이미지를 넘어서 우리 시대 사람들 누구나 받게 마련인 상처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 상처에서 비롯된 삶의 의지를 타인과의 연대의식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