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단편집 『심미주의자』가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새빨간 털실로 벙어리 장갑을 한짝 뜨겠어요. 작고 톡톡한 벙어리 장갑을. 그리고는 그 털장갑에 어울리는 희고 투명한 손을 가진 여자를 찾겠어요. 눈빛도, 몸도, 목서리도 아주 이쁜 여자를. 그 여자의 한쪽 손에 벙어리 장갑을 끼워주겠어요. 그런 다음에는 그 손목을 잘라 벙어리 장갑 속에 넣어둔 채 간직하고 싶어요. 창가에 놓인 테이블에 올려두고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피와, 그 피를 비추는 투명한 햇살을 감상하겠어요.

[심미주의자]를 비롯해 심미주의적인 문체로 누항의 삶이 처한 절명의 위기와 그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탐문한 10편의 글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