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식민지 조선 최고의 로맨티스트, 모던보이!

2000년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이지민의 장편소설『모던보이: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우리 역사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1930년대 일제식민지 경성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독특한 방식으로 미로 같은 현실의 본질을 포착하고 있다. 신선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서술과 묘사, 통념을 깨뜨리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양심 있는 친일파''인 아버지에 의해 취직된 총독부에서 줄 긋는 일을 하는 이해명. 그는 재수가 없어 나가는 곳 족족 망한다는 점괘를 근거로, 자신이 총독부에서 근무하는 건 조국의 독립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자칭 낭만의 화신인 그는 우연히 조난실이라는 상냥한 모던걸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꿈같은 데이트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난실이 해명의 하숙집에서 돈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털어 사라진다. 심지어 그녀의 밀린 집세까지 해명에게 떠넘긴 채로. 그녀를 찾기 위해 경성을 뒤지던 해명은 난실에게 ''테러 박''이라는 이름의 테러리스트 남편이 있고, 그녀의 이름만 열 개가 넘으며, 그녀가 ''사애단''이라는 지하 독립운동 테러단체의 수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작품 조금 더 살펴보기!
작가는 발칙하고 뻔뻔스럽기까지 한 발상의 전복으로 이제까지 익숙하게 이해되어온 역사적 사실들을 뒤흔든다. 원제가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인 이 소설은 2000년에 출간되었던 책을 새 장정으로 다시 선보이는 개정판이다. 2008년 10월에 개봉될 예정인 박해일, 김혜수 주연의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소설로 또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