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억압된 것의 귀환,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

현대 전쟁의 기억문화를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20세기 특유의 총력전이 낳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이를 새로운 정체성 형성의 전기로 삼기 위해 어떠한 공적인 ‘내러티브’가 창출되었으며 그것이 국민들에게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끼쳤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내러티브들의 구성과 성격, 효과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본문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제도화된 기억을 다룬다. 일찍이 있지 않았던 현대적 경험이 어떻게 국가와 지배층에 의해 통제되고 재규정되어 지배 권력의 강화에 기여하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와 영역을 통해 규명된다. 제2부는 트라우마 기억이 공간적으로 형상화되는 사례를 다룬다. 전쟁현장이나 그에 상응하는 기억이 공간적으로 형상화되는 사례를 보여준다.

제3부는 전쟁기념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안적 기억의 전망을 모색한다. 각종 예술작품이나 기념물 혹은 축제 등의 재현형식들과 더불어 개인적 아픔의 환원 불가능한 측면이 검토되고, 더 나아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극도로 상업화된 현실 속에서 전쟁이 과연 기념되어야 할 것인지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시도된다.

☞용어 뜻풀이 - ''트라우마''
현재 인문사회과학에서 ‘트라우마’란 전쟁이나 재앙, 사고 등과 같은 극단적인 충격이 정상적 의식에서 분리되어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환각, 악몽, 플래시백 등의 형태로 돌발적으로 재귀하는 증상을 가리킨다. 트라우마는 원래 해부학 용어로서, 육체적 ‘상처’를 가리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그것이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용어로 정착되면서 육체적 상처나 감정적 충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정신적 경험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이 증상은 과거를 기억하는 능력이나 미래를 전망하는 능력에 해를 입히고 결국 자기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