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스산한 일상의 풍경에서 건져올린 삶의 신비!

''리얼리즘과 미니멀리즘의 대가''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 『대성당』. 이번 소설집은 전미비평가모임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는 등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집이다. 열두 편의 단편에는 삶의 한 단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춰주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일상을 포착한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각 단편들은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을 주인공으로,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작가는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을 응시하며,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치부와 상처를 고집스레 파고든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부부는 장난 전화에 시달리며 울분을 토하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관계가 악화되어 헤어졌던 부부는 새로 얻은 집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 [체프의 집].

이들에게 행복은 찰나의 신기루일 뿐이며, 희망을 품는 그 순간 삶은 또다시 이들을 기만하고 조롱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음을, 그 희망이 삶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양장본]